✦외관
살집보다는 근육으로 이루어진 날렵한 체형. 특출나게 잘난 이목구비는 아니지만 매사에 안 어정쩡한 몰골로 바쁘게 뛰어다니거나 기이한 행동을 일삼으니, 시선이 안 가려고 해도 안 갈 수가 없다. 야무지게 생겼기보다는 하는 행동이나 어투 만큼이나 맹한 인상이다. 태양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피부 위에는 분홍빛이 탁하게 도는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고 어깨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것을 하나로 대충 질끈 묶었다. 앞머리는 성의없는 손길로 잘라 매우 짧았다. 본인이 잘랐다고. 훤히 드러난 이마 아래에는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선명한 녹색 눈동자가 있었다. 눈매가 둥그렇고 모나지 않아서 순박해 보인다.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음에도 거리감을 주지 않는 이유는 아마 전체적으로 유순한 생김새와 분위기 때문일 테다.
타인이 주는 혹은 자신이 목격하는 외부 자극에 반응이 더디다. 신중하다기 보다는 짓는 표정과 행동이 느리고 작은 쪽에 가깝다. 하나의 숨김도 없는 표정과 기분. 맹목적인 타인에 대한 믿음. 직설적으로 내뱉어지는 생각이 그의 본성과 닮았고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증명했으나, 그런 성질때문에 혼자두면 어디 험한 일이라도 당할까 싶어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쉽게 사기도 했다. 오늘도 저 나른하게 하품이나 하면서 아무데서나 눕고 앉고 늘어져라 기지개를 펴는 게 이래저래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태가 났다. 하지만 종종 뺨에 흙먼지를 달고 느른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그게 또 그가 가진 매력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름 /하르칸 룬다 · Harkhan Lunda
✦나이 /11세
✦지역 /오케아노스
✦종족 /인간
✦키 · 몸무게 /142 cm · 40 kg
✦성격
맹한, 부뚜막 위 고양이, 끈질긴
맹하다. 더불어 답답할 정도로 느긋하고 태평하다. 낙관론자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생각이 없는 것도 같았다. 그야말로 사람의 악의나 운명적인 불행 따위는 겪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순진무구했다. 제 눈에 보이면 보여주는 대로 믿었고, 말하면 말해주는 대로 믿었다. 특별히 타인에 대한 의심이나 편견을 갖지 않았는데 그런 걸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교성이나 친화력이 유달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무지한 건 아니다. 처음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걸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고 부탁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백지에 가까웠으며, 그는 유달리 언어에 취약했다. 대신에 비언어적인 표현에 익숙했고 능했다.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는 다가서서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편했고, 손끝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내젓거나 끄덕이는 등의 의사 표현이 몸에 붙어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그를 무례하다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고칠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도 싶다. 아무쪼록 그는 좋아하는 게 있다면 포옹으로 표출했고, 싫은 게 있다면 숨거나 피했다.
그러니 말하는 대신에 행동이 먼저 나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심지어 저지르고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다는 양 앉아 있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설명 하나 없이 사고를 치고, 아무 것도 안 할 것처럼 굴어놓고 돌발행동을 하고, 침묵한 채로 자신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슬쩍 밀어냈다. 아니면 치워줄 수 있는 사람 손을 잡고 끌어다가 세워두기도 했다. 이거, 응? 그런 식으로 말이다.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적에 차라리 그럴 듯하게 변명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다가 퍽 불쌍한 척 눈을 내려 뜨는 게 사실은 맹한 게 아니라 뻔뻔한 쪽인가, 싶을 정도. 부뚜막 위에 올라간 고양이처럼 말이다. 본인이 의도하는 바는 아니고 생존 본능의 일종인 듯 하지만 어쨌거나 그의 기저에는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기이할 정도로 끈질긴 면은 이런 점에서 비롯되는 지도 몰랐다. 그는 제게 주어진 일은 악착스러울 정도로 해냈다. 학업이든 무엇이든 전부. 이렇다 저렇다 할 자신의 흥미나 의견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번 마음 먹은 일에 관해서는 고집을 꺾는 일이 거의 없다. 경쟁심이나 복수심 같은 부적정인 감정에서 발아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기 일이니까. 내 일이니까. 이게 좋으니까.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열심히가 지나쳐 무리하거나 타인을 귀찮게 만드는 경향도 종종 있지만, 그는 생각보다 제법 성실했고 노력을 기울일 줄 알았으며, 사소한 것에도 진심이 될 줄 알았다. 아주 드문 일이라서 문제였지만. 더불어 성정이 세심하지 못한 건 다소 흠이긴 하다.
✦기타
1. 하르칸
- 애칭은 하르, 아니면 칸.
- 생일은 6월 12일. 해가 저물 때에 태어났다.
- 양손잡이.
2. 고향
남부 오케아노스 출신. 숲과 초원으로 이루어진 땅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지대인 산맥 중턱에 위치한 작은 마을은 세대 수가 몇 되지 않았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 모두를 제 자식처럼 아끼고 기르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다. 그렇게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며 가족이기에 그의 모든 순수함과 믿음은 이러한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좋았다. 하르칸은 오로지 최대한의 다정함과 애정만을 알고 배우며 자랐다.
그가 비언어적인 표현에 익숙해져 있고 의사 표현 자체가 미진한 것 역시 모두 그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모두가 서로에게 익숙하기에 작은 눈짓 하나, 가벼운 손짓 하나에도 이해하고 원하는 바를 수행해주었던 탓이다. 말을 일찍 배우거나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 그는 아주 작은 사회에서 자라 가파른 산을 뛰어넘고, 마법을 목격하고 절벽에 걸터앉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덕분에 다양하고 특색이 넘치는 아이들 틈 속에서 적응하기를 꽤나 버거워했다.
3. 가족
그의 사고와 언어에서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가족으로 표현하지만, 구태여 이야기하자면 아버지, 어머니와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쌍둥이 동생 하나로 구성된 4인 가족 중 장남. 가족들과의 사이는 무난한 편. 동생과 성격이 매우 다르기는 하지만 사이가 썩 나쁘지는 않다.
양친 모두 마법사로 아주 큰 유명세를 탄 인물들은 아니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공을 세웠던 노련한 마법사임은 분명하다. 그의 쌍둥이 동생인 사야칸 룬다 역시 부모님이 재능을 이어받아 마력을 느낄 줄 알며, 현재 어머니의 가르침을 필두로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타고나길 몸이 약해서 타지에서의 생활은 무리였던지라 아카데미에 같이 오지는 못했다. 그 점을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다.
4. 기타
- 기초 예절과 교양에 취약하다. 경어를 쓰는 데에도 서투르고 어려움이 있다.
- 하지만 생각 자체는 멋대로 특징을 붙여서 기억하는 모양인지 말을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스스로에게는 친애의 표현이지만 남에게는 무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제대로 수긍하지 못했다.
- 근력이 강하기보다는 지구력이 좋다. 반사 신경이나 동물적 감각에 의한 예측이 탁월하다. 신체 능력 자체는 좋은 편이나, 판단력 혹은 호전적인 기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
- 좋아하는 건 가족, 사람, 동물, 약초, 독초. 먹을 거라면 선호도는 야채보다는 과일. 육류보다는 어류. 싫어하는 건 아마도, 음.
- 동물이 유난히 잘 따르는 편이다. 본인도 동물의 크기 어떠하든 종이 무엇이든 썩 두려워하지 않는다.
- 위쪽 앞니 2개가 다른 치아보다 조금 크다. 본인에게는 알게 모르게 콤플렉스.
✦보호자 직업
부모님 모두 전쟁에 참여했던 마법사들. 역사에 이름이 남을 만큼의 업적을 이루어 시대의 영웅으로 남지는 못했으나, 가장 평범한 자리에서 맡은 바 자신의 일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마을을 지켰고, 사람들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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